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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 마을에서 천하를 보다 - 스마트팜이 농민을 잡아먹는다<신년기획>전라도 정도(定都) 천년...'동방의 등불'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강주영 편집위원  |  kjyn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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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9  16: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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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할만한 놀라운 변화도 도둑처럼 슬쩍 온다. 사람들은 변화를 말하지만 막상 쓰나미 같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징조에는 무심하다. 특히 진보를 말하는 이들에게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국가 또는 정권 같은 공허한 혁명 타령만 할 때에, 돈벌이에 익숙한 기득권 세력은 다가올 변화의 징조를 재빠르게 점령한다. 미래의 일에 대해 진보보다도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재를 지키기 위해서는 미래를 선점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영국의 종획운동(인클 러저 Encloser)을 일러 ‘양이 사람을 잡아 먹는다.’고 하였다.

 

   
스마트팜에 대해 농민들은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종획운동은 모직 산업에 필요한 양을 기르기 위해서 자신의 땅뿐만 아니라 관습적 공유지에 울타리를 쳤다. 그 결과 많은 농민이 도시의 처참한 빈민이 되었다.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에서는 이를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라고 한다. 

조선에서 이에 해당하는 것이 일제에 의해 진행된 ‘토지조사사업’이다. 토지조사사업은 근대적 소유권을 확립하였는데 그 결과 마을의 공유지, 문중 땅, 경계가 애매한 땅 등이 동양척식주식회사 등 일제의 소유가 되었다. 토지로부터 분리된 농민은 도시로 나와 노동자가 되었다. 이게 한국 자본주의의 출발이다.

“아니 내 땅을 이웃이 여기서 저기까지라고 모두 다 아는데 무슨 조사여...” 그렇지만 이것은 500년 조선의 사회 체제를 장송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시작이 되었다. 토지 조사사업은 거대한 전환이었다. 

이를 두고 어느 자리에서 정여립 선생의 말을 빌려 씁쓸한 농담을 한 때가 있었다.  

“천하가 공물인데 어찌 경계를 두어 소유권 등기를 하는가? 이 따위가 근대인가?”

기술의 발전(?)이 정의로운 방식으로만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토마스 모어가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호모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하라리는 자연경제에서 정주농업으로의 이행을 두고 인류의 불행이라고 하였다. 정주농의 생산력은 계급사회를 촉발했던 것이다.

까마득한 옛날에 거대한 메머드를 한 마리 사냥하면 온 부족이 6개월은 먹고 놀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류는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이 생긴 이래로 발전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을 수 밖에 없다. 이른바 문명이 생겨 인간은 에너지를 쓰며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   

 

   
귀농귀촌 설명회에서 스마트팜을 시연하는 장면.

다보스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4차산업혁명의 영향으로 716만 5천 명이 일자리를 잃고 202만 1천 명이 새 일자리를 찾는다고 한다. 인류는 이제 부의 재분배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 로봇 생산 적용률이 세계 1위라고 한다. 이제 농업에도 로봇 생산이 본격화하려고 한다.

정부는 스마트팜을 국책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농업의 로봇화인데 이제 농사가 자연 조건에서 기술 조건 우위로 변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것도 마을 단위로 스마트팜을 하여 마을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집적화단지를 통해서 한다.

스마트팜은 이제 농민이나 농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산업이 된다. 이른바 스마트팜밸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공업산업단지와 같은 농업산업단지가 된다.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팜은 서울시 한복판의 수직빌딩에서도 할 수가 있다. 농업이라는 노동을 통한 자영농, 가족농 중심의 농촌사회는 이제 완벽하게 해체된다.

스마트팜은 농업의 로봇화라는 문제를 떠나 사회 체제의 변화를 촉발한다. 농업의 완벽한 자본주의화이다. 농촌의 완벽한 해체이다.  

기술을 거부할 수는 없다. 김제 백산에 유치된 실증 연구 단지 차원의 스마트팜밸리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스마트팜의 확산 방안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월 전북 김제시 파프리카 농장인 (주)농산의 생산시설을 방문해 송하진 전북도지사 등과 함께 조기심 농장 대표의 생산과정 설명을 듣고 있다. / 문요한 기자

농민과 농촌을 살리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농민과 농촌을 죽이고 양복을 입은 컴퓨터 조종자들이 도시 한복판에서 모니터를 보며 농사를 지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농촌 마을에 젊은이가 없어 농촌 마을에서 스마트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젋은이가 없기에 도리어 스마트팜을 농촌 마을에서 해야만 한다. 농촌 마을 단위로 정주, 문화, 보건, 교육, 복지 여건을 개선하고 스마트팜을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마을의 공유 시설로 하고 이의 운영을 위해 마을에 젊은이들이 이주하도록 해야 한다.

뙤약볕에서 호미 들고 하는 농사가 아니라, 양복을 입고 실험실에서 일하는 것처럼 좋은 일자리가 있는데 젊은이가 왜 오지 않겠는가? 시설의 소유는 지자체로 하고 운영을 마을주민과 이주해온 젊은 엔지니어들이 같이 하는 것이다. 모든 수익금은 마을주민에게 1/N로 배분한다.

스마트팜이 농촌과 농민을 살릴 것이냐? 자본의 배만 불릴 것이냐? 우리는 심각한 갈림길에 서 있다. 불행히도 정부는 농민과 농촌을 포기하고 자본농업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정치는 이를 박수 치고 있다. 그리고 후안무치하게도 ‘마을을 살리자.’고 외친다. 스마트팜이 농민을 잡아먹는다.

/ 강주영 편집위원 

 

   
글쓴이 강주영 전북포스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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