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고 갑자기 시력을 잃어가는 증상 때문에 '눈 중풍'으로 불리는 황반변성 환자가 최근 9년간 89% 증가했다. 전체 망막질환 중 환자증가 속도가 가장 빨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종우 건양의대 김안과망막병원장은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개원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09년 2955명이던 황반변성 환자수가 2017년 5598명으로 8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기간동안 망막질환으로 병원을 내원한 환자 34만6206명의 임상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같은 기간 외래환자는 69% 증가했다.

물론 이 병원에 지난 9년간 내원한 환자 가운데 당뇨망막병증 환자가 7만9443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황반변성 환자가 4만1026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김종우 원장은 "지난 9년간 망막질환 가운데 황반변성 환자가 급증했다"면서 "정밀한 시력의 90%를 담당하는 황반에 질환이 생기면 환자들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철구 김안과망막병원 기획실장이 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개원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황반변성 등 망막질환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황반변성은 중심시력을 담당하는 황반부위에 이상이 생겨 시력을 잃어가는 노인성 안과 질환이다. 탁구공만한 눈 안에는 카메라 필름같은 역할을 하는 망막이 있고, 그중 황반이 사물을 식별하는 기능의 90%를 담당한다. 

황반은 크기가 전체 망막의 10%로 작지만 시세포와 시신경이 몰려있어 시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황반에 질환이 생기면 TV 시청이나 운전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이유다. 발병원인은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나이가 들거나 흡연,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력이 크게 떨어지면 안과 전문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전체 환자의 54%는 70세가 넘은 노인이다. 황반변성은 아직 완치가 어렵지만 항체 및 스테로이드제 주사제를 환자에게 투여해 실명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늦추는 정도까지 의학기술이 발전했다.  

김종우 원장은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고 서구화된 식습관 탓에 황반변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며 "병원 차원에서도 치료와 검사 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