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들어 전주시에서도 악취 민원이 크게 늘고 있다 한다. 최근의 악취 민원은 전주시 삼천동을 비롯 서신동 효자동 송천동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주시가 대책회의를 가질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주시내 악취 민원은 삼천동의 음식물처리자원화시설에서 발생하는 경우와 혁신도시지역의 축산분뇨 냄새, 그리고 전주 팔복동 주변의 공장매연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최근 넓은 지역에서 발생한 악취 민원은 축산분뇨 냄새였던 것으로 전해져 김제 용지의 축산단지 악취가 기상 여건 변화와 함께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하고 시민들은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내 고향은 익산 왕궁이다. 한센인 집단 거주 지역에 가까운 곳이라 30여년 전부터 집집마다 소, 돼지 등을 대량으로 사육하고 있다. 지금도 친구들이 살고 있지만 축산분뇨 냄새가 너무 심해 거의 찾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 시절인 지난 70년대 중반까지 살았던 곳인데 당시에는 가축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집이 하나도 없었다. 마을 앞뒤로 하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여름에는 물놀이도 하고 물고기도 잡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축산분뇨 찌꺼기가 성인 무릎까지 쌓여 주민들도 접근하지 못한다.

완주 삼례는 물론 봉동 3공단 뒤 신도시도 한센인 집단촌 축산분뇨 냄새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구름이 많이 끼는 날이면 더욱 냄새가 심해진다.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경우 악취를 금방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타고 도내 곳곳을 돌아보고 있는데 축산 악취, 특히 돼지분뇨 냄새는 피할 수 없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코를 자극한다.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어떻게 사는가 싶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래 살다보면 축산 악취의 강도가 낮아지고 자연스레 잊게 된단다.

축산 전문가들은 축산 악취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 선진국에서도 돼지 사육을 많이 하고 있는데 가까운 곳에서도 냄새 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산 돼지고기를 많이 수입하고 있는 것을 보면 거짓말만은 아닌 듯 싶기도 하다.

유럽 축산 농가들은 축산시설을 설치할 때부터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속된 말로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어도 될 정도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지금도 축산을 하려면 제대로 시설을 갖추도록 규정이 강화돼 있으나 이를 지키는 농민들이 없다고 한다. 그동안 축산농민들에게 시간까지 줘가며 정화시설을 보강하도록 했지만 막무가내 상황이라서 오히려 단속기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축산분뇨 오염은 사전 예방이 최선일 뿐이다. 한번 오염되기 시작하면 원점으로 되돌리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왕궁 한센인 집단촌의 축산분뇨가 흘러내린 주교제가 죽은 호수가 되고 익산천이 부영양화로 물고기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4.13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해찬 후보는 일부 지역주민들로부터 이후보가 축산분뇨 문제로 세종시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산 바 있었다. 당시 이후보는 아파트 근처 농지에 축산분뇨가 방치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던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었다.

완주 삼례 앞 들판에는 가을철 벼 수확이 끝나면 비닐하우스 천지가 된다. 딸기를 재배하기 위한 것인데 밑거름으로 축산분뇨 퇴비를 땅에 뿌린다. 그런데 그 냄새도 보통이 아니다. 처음 접한 사람들은 세종시 주민들 처럼 난리를 내지 않을까 싶다.

전주시는 일단 문제의 악취는 음식물쓰레기 처리후 발생하는 폐수로 잠정 결론 지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축산악취든, 공장매연이든 아니면 음식물폐수든 사람이 살아가자면 불가피하게 냄새도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지역주민들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시민들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도의 악취는 철저하게 관리돼야 한다. 전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악취 민원이 예사롭게 느껴지는 않는 이유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