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반도의 평화 정착 여부를 결정지을 북미 정상회담이 한바탕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 트럼프대통령의 전격 취소 결정으로 회담 자체가 무산되는 듯 하더니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의 대화촉구 담화이후 트럼프대통령의 재추진 의사 발표까지 이어졌다. 이번 주 고위급 실무회담이 열린다고 하니 일단 북미회담은 다시 추진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같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5월26일, 판문점 선언 한달 만에 다시 판문점에서 만나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1차 정상회담 이후 평화 무드를 보여 왔으나 북한과 미국과의 비핵화 줄다리기가 격화되면서 한동안 북측이 남한을 맹비난하는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한 바 있다. 이번 2차 남북 정상회담은 이런 난기류를 걷어내고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들을 힘 있게 진행할 수 있는 동력을 다시 얻게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아주 사소한 사건들로도 곧잘 얼어붙곤 했던 과거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진단도 없지 않다. 특히 6월에는 남북관계가 극과 극을 달린 경우가 특히 많았던 것 같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남북관계는 대한민국과 북조선 사이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목록이다’고 규정돼 있다. 그리고 남북관계는 대립관계와 화해협력관계로 구분,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놓았다. 6월의 남북관계는 대단히 극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대립관계에는 한국전쟁(1950.6.25), 연평해전(1999.6.15), 제2연평해전(2002.6.29) 등 남북간 무력충돌 일색이었다.

화해협력관계로는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회장 소떼방북(1998.6),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위원장 남북정상회담(2000.6.13-15)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1999년과 2002년 사이의 남북관계 흐름이었다. 연평해전과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제 2연평해전이 그것이다. 1-2년 사이를 두고 대립과 화해, 그리고 대립이 이어졌다. 남북관계의 실체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도 우리 국민들은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남북관계의 취약성을 다시금 경험한 것 아닐까 싶다. 북한과 미국의 주고받기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도 남쪽을 공격하고 나선 것을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그것도 별의별 억지소리도 마다하지 않은 것 보면 더욱 그렇다.

사실 그동안의 남북관계를 보면 남북 화해협력은 정치적인 선언 이상을 넘지 못했다. 7.4남북공동성명(1972), 남북적십자회담(1972) 제1차 남북고위급회담(1990), 남북기본합의서(1991), 6.15남북공동선언(2000), 10.4남북정상선언(2007)이 있었지만 발표 당시만 요란했지 이행 자체는 거의 이루어진 것이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같이 남북관계가 취약한 것은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주축이 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북미 관계에 달려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에 따라 남한과 북한은 종속적으로 따라가는 것 말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이 재추진 궤도를 밟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 지는 여전히 불안한 구석이 없지 않은 것 같고 또한 회담 성과도 아직은 장담하기 어려운 것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즉흥적 성격의 트럼프대통령의 돌발 변수가 아직도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지난주 개최된 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판문점 선언은 일단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월1일 고위급회담이 예정돼 있고 군사당국자 회담이나 6.15 공동행사. 8.15 이산가족만남 등도 추진키로 이미 합의돼 있다.

일단 지금 상황에서는 올 6월의 남과 북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화해협력의 시대로 기록될 것 같은 움직임이지만 지난 보름 동안의 충격 때문인지 국민들은 좀 더 지켜보자는 차분한 분위기인 것 같다.

어쨌든 재추진 되는 북미정상회담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6월이 다가오고 있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