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송천동지역에는 요즘 상가건물 신축바람이 한창이다. 옛 35사단 부지에 에코시티가 조성돼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기존 상권에도 활성화 바람이 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현상인 것 같다. 그러나 일부 신축 건물의 경우 오랫동안 빈 건물로 남아 있는 경우도 없지 않아 부작용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송천동 센트럴파크 앞 삼거리에는 3년여 전에 지은 주상복합건물이 있는데 2층까지 상가는 지금도 텅 빈 상태다. 그런데 그 옆에 최근 5층짜리 상가건물이 또 들어섰다. 일부 꼭대기 층에 스포츠 관련 시설이 들어섰지만 주된 공간은 여전히 빈 상태로 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게다가 이들 건물로부터 멀지 않은 여러 곳에서는 상가건물 신축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들 상가건물이 삼거리 건물처럼 되리라는 비관적인 전망은 없지만 지역주민들의 걱정은 여간 크지 않다.

전주시내 건축물 공실률은 전국에서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반상가는 물론이고 오피스텔, 원룸 등도 빈곳이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용도에 따라 공실률이 최고 30%에 육박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같은 전주시내 높은 공실률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계속돼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상가건물 신축바람은 준공된 지 10여년도 되지 않은 건물들의 공실화를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한 실제 피해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모임을 같이 하는 한 친구는 서신동에 모텔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부동산 부자인데 4-5년전에 중화산동에 5층짜리 상가건물을 지었다가 큰 낭패를 봤다. 서부신시가지가 개발되면서 상권이 그곳으로 옮겨가 상가건물 분양이 안됐기 때문이다.

거의 100억대 돈이 들어갔을 상가건물에 뜨내기식 호프집이나 콩나물국밥집 등이 들어섰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악순환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전주시내 원룸바람은 단독 주택으로 옮겨 붙었다. 대지가 넓은 웬만한 단독주택들은 사글세 장사가 가능한 원룸으로 탈발꿈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재태크의 하나로서 인기가 높다 한다.

그러나 원룸사업도 너무 무분별하게 진행되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아는 사람 하나는 자기 집과 땅을 눈뜨고 잃고 전셋집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뇌출혈로 건강이 악화됐던 그 사람은 옆집이 원룸개발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기도 같이 하겠다고 집을 내놓았다. 건축업자는 서둘러 중장비를 동원, 집을 모두 허물고 원룸 지을 터를 닦았다. 그리고 집 주인 동의하에 은행에서 땅을 담보로 몇억대 대출을 받은 뒤 동남아로 떠났는데 지금은 연락도 끊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송천동 센트럴파크 앞 주상복합건물에는 50-60개 정도의 소형아파트가 들어서 있는데 입주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에게 지불해야 할 비용 대신, 아파트를 떠넘긴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상가신축이나 원룸바람은 대부분 건축업자들의 유혹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땅만 제공하면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 받아 건물을 만들 수 있고 일부만 임대 분양돼도 운영은 충분하다는 사탕발림에서 말이다.

그러나 상가나 원룸이나 최종적으로는 실제 주인에게 모든 피해가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결국은 부도가 나고 경매 처리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그 피해는 주인이나 입주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주지역 상가 또는 원룸 공실문제는 인구 증가 등 일정한 수요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니라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 한다.

그런데도 당분간 상가신축이나 원룸개발 바람이 잡힐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땅을 가진 사람들도 지금이 아니면 건물 짓기가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은 듯 보이니까. 옆에 오랫동안 빈 상가가 있는데도 상가 건축을 강행하는 것을 보면 보통 상식으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게 요즘이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에서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먹혀들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지금의 건축 열기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듯도 싶고 말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