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전주 모래내시장 막걸리집에서 모임을 가졌다. 몇 년전에는 매달 갖던 모임인데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그동안 백반집으로 옮겼다가 이번에 다시 막걸리집을 찾게 된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막걸리집 모임이라 그런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옛날 술친구들을 만나는 행운도 있었다.

그 막걸리집에는 심부름하는 50대 아주머니가 있었다. 말투가 약간 어눌할 뿐 별다른 특이함은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베트남 여성이라 했다. 이곳에서 다시 결혼할 생각도 갖고 있다 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몇 년전에는 완주 화산에 있는 냉면집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었다. 주변에 소문이 났는지 찾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다.

냉면을 주문하는데 옆에 서있던 여성 종업원이 “마니 짜께”하는 혀 짧은 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돌려보니 필리핀계 여성 같았다. 아마 우리 말로 ‘곱빼기냐 아니냐’고 묻는 듯싶었다.

지난해에는 전주 인후동에 있는 불고기집에서도 아시아계 20대 후반 여성 종업원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있는 홀에서 상당히 큰 소리로 싸우는 것이었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자주 보는 일이라 그런지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예전에는 농어촌지역에서나 봄직했던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이 요즘에는 도시지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우리나라 다문화가정이 30만가구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70만명을 웃돈다는 통계도 있다.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4%에 달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물론 공장지대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선호, 정부에서 일정한 규제를 하고 있을 정도다.

요즘 성폭력 문제가 최고의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성폭력 가해 사실이 폭로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성차별에서 비롯된 현상이기도 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남아선호를 중심으로 하는 성차별이 누그러진 것은 40여년 밖에 안 된다. 가정마다 아들 딸 구별없이 자식을 낳기 시작하면서 부터인데 그 이전에는 남성과 여성간 차별이 지금보다 훨씬 분명했던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달 한 모임에서 만난 60대 중반의 친구는 30대 후반 아들이 결혼하지 못하고 있다며 걱정을 했다. 괜찮은 직장도 다니고 있지만 때를 놓치다 보니 배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답답한 마음에 아들에게 “야 임마 마음에 드는 여자 있으면 확 걷어버려”했더니 아들은“지금 그렇게 하면 정말 큰일 나”하더란다. 우리나라 세대간 성폭력 의식 차이가 얼마나 큰가 보여주는 좀 과한 단면 아닐까 싶다.

요즘 사회 곳곳에서 간간히 터져 나오고 있는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 차별과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앞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잠재적 불안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외국인이나 혼혈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유별나고 당분간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오랜 세월 여러 인종이 유입되면서 서로 다름을 이해하며 다민족 국가를 이룬 서양에서도 종종 인종차별로 인한 폭동 등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더욱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이주여성과 결혼이 일찍 성행했던 농어촌지역에서는 그들의 자식들이 성년의 나이를 맞고 있다 한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인으로서 자리 잡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우리는 한국 사람 아니냐”는 그들의 울부짖음도 작지 않은 것 같고 말이다.

지난해 전북 도내에서 이루어진 결혼 건수 중에서 다문화가정이 차지하는 비율이 9.2%로서 제주도의 10.3%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한다. 이같이 높은 다문화가정 혼인비중은 상당기간 계속돼온 현상이라는데 그만큼 다문화가정에서 파생되고 있는 문제도 예사로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인 것이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의 존재가 그것을 더욱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같고 말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