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이명박 전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했다.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서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이날 출두했던 이 전대통령은 거의 하루 동안 검찰 청사에 머물며 조사를 받았는데 혐의 사실에 대해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대통령의 혐의사실 입증에 자신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역사상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라며 방송도 현장중계를 했다. 이 전대통령은 이날 검찰 청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대국민 사과 발언을 한 뒤 “할 말을 아끼겠다. 역사에서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하며 말끝을 흐렸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그리고 지난 주에는 정치적으로 해석이 분분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에 입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서려는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의 성추행 의혹사건과 관련된 일이다.

정 전의원의 성추행 의혹사건은 2011년, 정 전의원이 이명박 전대통령의 BBK 의혹 제기와 관련, 대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기 직전, 기자 지망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폭로에서 비롯됐다.

그런 정 전의원의 성추행 의혹사건이 한때 측근으로 일했다는 민국파라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정치적인 갈등 사건으로 변질된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두 사람 간에 있었던 어떤 이해다툼으로 인해 정 전의원의 성추행 의혹사건이 불거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말이다.

이명박 전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바라보면서 적지 않은 국민들은 영화배우 설경구가 열연했던 영화 ‘박하사탕’의 마지막 절규 “나 돌아갈래”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이명박 전대통령이나 박근혜 전대통령의 오늘의 비극은 모두 그들의 갈등과 앙금이 쌓여서 초래된 일이나 다름없다고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만약 이명박 전대통령 쪽에 속해 있던 국회의원들이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소추에 찬성하지 않았다면 박근혜 탄핵과 교도소 수감이 가능했을까?

그리고 만약 보수세력이 지금과 같이 붕괴되지 않았다면 이명박 전대통령에 대한 단죄도 가능했을까 말이다.

한데 재미있는 것은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진보세력 내에서도 지금 비슷한 갈등 현상이 시작된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정봉주 전의원 성추행 의혹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내연녀 의혹사건이고 말이다.

물론 정 전의원의 성추행 의혹사건이나 박수현 전대변인의 내연녀 의혹사건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둘 다 한때는 죽고 못사는 동지나 가족관계에 있었던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입장이 됐다는 사실이다. 박수현 전 대변인은 급기야 충남지사 예비후보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이명박 전대통령과 박근혜 전대통령간 갈등이 고조될 때와 지금의 상황도 엇비슷한 것 같다. 정치적으로 자신들이 가장 유리한 입장, 국민적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때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전대통령이 박근혜계 정치인들을 대거 숙청하려고 했던 때는 2008년, 18대 총선이고 박근혜 전대통령이 이명박계를 쳐내려고 한 것은 2016년, 20대 총선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한 직후이거나 야당이 분열돼 보수여당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될 줄 알았던 때다.

물론 선거결과는 이 전대통령이나 박 전대통령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18대 총선 때는 친박계가 친박연대로 기사회생했고, 20대 총선 때는 민심이반으로 새누리당이 자멸하고 말았다.

그리고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해서 역사라고 한다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정권과 똑같은 행태가 재현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인 것이다.

지방선거라는 눈앞의 이해관계를 두고 진보세력의 내부분열과 갈등현상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고, 특히 박수현 전 청와대대변인은 지인들이 부정청탁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바 있다.

‘북경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서 태풍이 될수 있다’는 카오스 이론이 있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일도 실제 일어나는 것이 인간 세상이다.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 전직과 현직은 항상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교훈일 듯싶고 말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