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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이저수지 둘레길 봄맞이 - 완주 구이
강주영 편집위원  |  kjyn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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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2  17: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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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저수지 / 주병애 편집위원

모악산 동쪽 자락의 구이저수지 둘레길을 걸었다. 그리운 봄이 햇볕에 따사로웠으나, 겨울 끝도 사금파리처럼 빛났다. 버들강아지 솜털이 볼을 간지럽히는 듯한 날이었으나, 봄은 아직 일러서 꽃은 피지 않았다.

경각산에서 날아오른 인간 날새들의 비행이 팽팽한 바람을 탄다. 자유의 비행! 욕망이 들끓는 지상을 벗어나 푸른 창공을 비행하는 날새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상하좌우로 늦추었다 조였다 하며 난다. 상하좌우의 경계가 없다. 경계를 넘는다. 선을 넘는다. 겨울의 경계를 봄이 넘어 온다. 

 

   
 
   
경각산 행글라이딩 / 강병준

들끓는 기운을 품는다는 모악산 그림자에 빛이 갇히도록 걸었다.

20대의 젊은 날 0.7평, 독방의 철창으로 모악산이 보였다. 가랑잎이 구르던 날, 서리가 날카롭던 아침, 벗들의 끊어진 소식에 하염없던 날, 눈이 내리던 날, 비가 졸졸하거나 쏟아지던 시각, 아련한 봄빛에 아득해지던 날, 까치가 창가에 앉던 날, 그리움에 절망하던 날에도 모악산은 들끓는 청춘의 기운을 품어주었다. 모악산은 늘 거기 있었고 때로 늠름하고 날카로웠으며, 때로 어머니 품처럼 아늑했다.

모악산은 북서쪽으로는 넓은 평야를 마주본다. 들의 지평선을 넘으면 바다이다. 동쪽으로는 지리산에 가닿고 남동쪽으로는 순창의 회문산에 이른다. 서남쪽으로는 칠보산과 내장산이다. 모악산은 산과 들이 맞부딪히는 경계에 있다. 서로 다른 산과 들의 기운이 공생하며 끓는다.

 

   
 
   
구이저수지 둘레길. 저수지 너머로 모악산이 보인다. / 주병애 편집위원

모악산에서 역수의 금강 활시위에 화살을 날리면 계룡산을 지나 한양, 개경을 향한다. 하니 반역의 땅이다. 반역이되 어머니가 기운을 품은 모악산(母岳山)이니 후천개벽의 산이다. 이 산과 들의 기운을 받은 이를 되새김하며 걷는다.

정여립, 김덕명, 전봉준, 손화중, 최경선, 김개남, 강증산, 차경선.....흩어진 꿈들이 볕을 받아 물비늘로 퍼득인다. 봄은 일러 꽃은 피지 않았는데 사내의 얼굴이 먼저 흥그레한다. 동구를 나선 사내들은 언제나 오려는지?

 

   
구이저수지 뚝방길 / 강찬구 기자

지난 겨울에 길이 끊겼었다. 끊긴 길에 갇혀서 겨울은 길기만 했다. 북만주 흑룡강에서 돌아와 세상과 스스로 작별한 빈방에서 나는 무료했다. 노동도 끊겼다. 무료해서 적막했고 적막해서 겨울은 길었다. 나의 세계는 녹이 나 있었다.

나무는 타면 재가 되었고 쇠는 타면 녹이 되었다. 몸에서 탄 각질이 떨어지 듯이, 녹이 떨어질 때에 그리움은 빛났다. 그러다 다시 녹이 났다. 녹난 그리움이 고드름이 되어 방울방울 떨어졌다. 적막한 그리움 속에서 세상은 물풀처럼 어리비치기만 했다. 적막한 방문을 열지 못했다. 

 

   
농민화가 소래 박홍규 작 <모악산의 아침>, 한지에 채색, 300×970

어느 순간 겨울문을 열었다. 봄이 와 있었다. 봄이 섬진강 종심을 거슬러 왔음이 분명하다. 바람은 차가웠으나 향기로웠다. 묻힌 생명들이 되살아나는 길을 걷는다. 나는 가는데 너는 오지 않는다. 어디쯤에서 연분홍치마를 감아쥐며 오더란 말이냐! 빈집의 동파된 수도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물이 떨어진다. 멀리서 짖는 개소리도 반갑다.

저수지 물속을 바라본다. 바라보는 것들이 나를 바라본다. 마음에 이미 봄이 둥둥 뜬다. 길은 비단올을 풀어놓은 듯 했다. 지난 시간을 버리지 못한 잔설들이 녹는데, 물가에서는 수초들이 울었다. 길을 가리라. / 강주영 편집위원

 

   
글쓴이 강주영 전북포스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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