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사회 전 분야에서 사용하다 보니 유행어가 된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한데 최근 들어서는 글자의 첫 자음을 따서 쓰는 SNS 언어도 세를 더해가는 양상이다.

사실 내로남불은 고 노무현대통령이 재직 시절 헌법 개정을 제안하면서 주목받은 말이다. 그 이전에도 정치권에서는 회자된 말이긴 하지만 개헌론과 더불어 곧잘 상대방을 비꼬아 사용되곤 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대부분 집권 여당측에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릴 경우 개헌론을 들고 나서곤 했는데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야당은 과거 자신들도 개헌론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반대의사를 표명하곤 했었다. 그래서 내가 하면 정당한 것이고 남이 하면 부당한 것이냐고 서로 몰아붙이곤 했던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내로남불 정도의 준말 또는 축약어는 저리 가라 할 정도가 됐다. 쌍수(쌍까풀 수술), 아라(아이라이너), 치렝스(치마 레깅스), 심쿵(심장이 쿵하다), 갈비(갈수록 비호감), 화떡(화장이 떡지다), 솔대(솔직히 말해서 대박이다),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귀사(귀여운 척 사기치다) 등 10-20대가 즐겨 사용하는 축약어는 수를 셀 수 없다.

전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신조어도 적지 않다. 발냄새 나다(당신이 싫다), 핵노잼(정말 재미 없다), 꿀잼(재미있다), 썸탄다(이성간 사귀기 직전의 단계), 앵까네(거짓말 하고 있네), 뿜뿌(더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낫닝겐(인간이 아니다), 빼박캔트(빼도 박도 못한다), 뚝빼기(머리) 등 나이 든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다.

한데 더 기막힌 자음언어가 동계올림픽 중계방송 광고에까지 등장했다. “치킨은 ㅁㅅㅋㄴ로 시작, 뭐시키나, 마시쿠나, 멕시카나 등등 첫 글자가 ㅁㅅㅋㄴ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아가는 형태의 광고다.

글자의 첫 자음을 따서 부르는 이들 자음언어는 인터넷상에서 주로 통용되는 것으로 SNS 언어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일부의 경우 상대에게 대놓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었는데 욕설 같은데도 자주 쓰이는 말이다. ‘ㄴㅁㅅㅂ’ ‘ㄱㅅㄲ’ 등등

지난 일요일 막을 내린 평창동계올림픽에는 북한의 선수단과 응원단도 참석했다. 한국선수단과 함께 단일팀을 이룬 여자 아이스하키는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는데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 응원단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것을 남기지 않았는가 싶다. 그들이 사용하는 낯선 말투는 물론이고 행동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 같다. 특히 응원도구로 얼굴 모양을 들고 나서기도 했는데 우리는 ‘김일성가면’이라고 불렀고 그들은 ‘고운아이’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표단의 일원으로 내려온 김정은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남과 북이 오징어와 낙지도 서로 바꿔서 부른다고 말했다는데 아마 북한에서는 우리의 오징어를 낙지라고 부르고, 우리의 낙지는 오징어라고 하는 모양이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우리가 느끼는 북한 언어와 북한이 생각하는 우리 언어 중 어느 것이 더 어렵고 난해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도 그들의 말을 100% 알아듣지는 못할 것 같았는데 저들은 우리의 내로남불이나 생축, 그리고 ㅁㅅㅋㄴ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물론 언어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것이다. 국민들의 생활환경이 변하고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지면 표준어도 바뀌게 마련이다. 옛날에는 전라도 사투리였을 것 같은 ‘거시기’ 또는 ‘시방’은 지금 국가가 인정하는 표준어다.

그리고 지금도 전라도 사람들이 ‘아까멘키로’ ‘쭈구리’ ‘지둘러’하면 경상도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고 말이다.

사투리나 방언은 그런대로 문화적인 의미도 없지 않고 보전할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지나친 준말이나 축약어, 그리고 SNS 언어 사용은 문제가 적지 않다는 생각인 것이다.

만약 남과 북이 분단 상태로 몇 십년 더 지난다면 통역이 없으면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없지 않고 말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