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uper Bowl 52th(슈퍼볼 : 미식축구 결승전을 그리 부른다)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가 보스턴(Boston)에 기반을 둔 무적의 뉴 잉글랜드 페트리어트(New England Patriots)를 꺾고 41-33 으로 숨막히는 접전을 벌인 후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Patriots를 이끄는 톰 브레디(Tom Brady)는 40살의 노장으로, 뛰어난 경기력과 그보다 더 우수한 정신력을 가진 선수다. 작년엔 내가 살고 있는 에틀랜타 팰컨스(Atlanta Falcons)와의 결승에서 크게 지고 있던 경기를 노련함과 근성으로 뒤집어 이겨 인상적이었다. 

올해 내 옛고향 Philadelphia와의 결승에서도 초반에 지고 있다가 마지막 4쿼터(4th Quater)에서 1점 리드로 경기를 뒤집어 작년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끔찍한 순간을 연출했으나, 다행히 Eagles의 그림같은 추가 터치다운(Touchdown)으로 승리를 놓쳤으며, 톰 브레디는 허망하게 필드(Field)에 앉아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정지월(Jiworl Seok) 은 현재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 있다. 전주 성심여고와 전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에 건너가 필라델피아 무어 예술 디자인 대학(Philadelphia Moore College of Art & Design)을 졸업했다.

나는 물론 Eagles를 응원했지만 그건 꼭 옛 고향팀이어서 뿐 아니라 Eagles가 약체(underdog)이기 때문이다. Patriots는 2000년 이후에만 5번이나 우승을 한, 거의 모두가 우승을 점친 강팀인 반면 Eagles는 1960 년을 마지막으로 Super bowl과 인연이 없다가 올해 57년만에 우승한 것이다. 

Philadelphia 사람들이 얼마나 기뻐할지 눈에 선하다. 아마 이번주 내내 우승의 열(fever)에 들떠 일이고 수업이고 뒷전일 게 뻔하다. 뉴욕과 워싱턴 사이에 콕 박혀서 시들어가는 옛 미국 수도 필라델피아에 마지막 심폐소생같은 한줄기 빛이요, 기쁨이다.  

실재로 오후 6시만 되면 좀비 타운으로 변하는 -직장인들이 퇴근하여 교외의 집으로 돌아가면 상점들은 문을 닫고, 도시의 빈민들만 어슬렁 거린다- 필라델피아 다운타운이 이번 슈퍼볼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인파로 북적이고 폭죽까지 터지는 것을 보니 내 가슴도 뛰었다.

이번 결승전에서 MVP가 된 이글스의 쿼터백 닉 폴스(Nick Foles)는 주전도 아닌 백업(back up) 선수다. 주전인 웬츠(Wentz)의 부상으로 이번 시즌 후반부터 주전으로 뛰게된 선수인데, 정확히 꽂을 데에 꽂아주는 그림같은 패스로 제 몫을 기대 이상으로 해냄으로써 이젠 사람들이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하는 선수가 됐다.  

Patriots의 스타 플레이어 Tom Brady도 소시적에는 underdog이었다. 그는 프로 입단 Draft에서 110번째였고, 시작도 주전이 아니었다가 주전 쿼터백의 부상으로 뛰게 됐으나, 지금은 NFL 역사를 쓰게 되는 명실상부한 최고 선수다. 그는 세계적인 수퍼모델 지젤 번천( 브라질 출신으로 리우올림픽 개막식에 출연하기도 했다.)을 아내로 가진 모든 남자의 로망인 인생을 살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질투하는지도...) 

인생에는 세번의 기회가 있다고 한다. 

Foles도, Brady도 자신에게 주어진 몇번째일지는 모를 그 인생의 기회를 잡았고, 또 살려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준비된 선수였다는 점이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기회란 손에 움켜쥔 모래와 같을 뿐이다. 

운동신경이란 약에 쓸래도 하나도 없고, 운동은 커녕 놀이도 제대로 못해서 맨날 '깍두기'만 하던 내가 운동경기 관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스포츠에는 인생이,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열광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사람의 프로 선수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 땀, 눈물 섞인 시간과 인내의 가슴앓이가 필요한지... 그걸 해보거나 지켜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해마다 세계의 곳곳에서 많은 아이들이 프로선수의 꿈을 꾸며 운동을 시작하나 프로의 꿈을 이루는 이는 적다. 적어도 아주 적다. 소질이 부족하고, 체력이 딸리고, 끈기가 없고, 자존심이 강해서 운동을 포기할 이유는 많아도 너무 많다.  

또 내가 포기를 하지 않는다 해도 부상으로 그만두게 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한송이 국화꽃을 피워내기 위해서는 옆에서 울어대는 소쩍새 소리를 이겨내야 한다. 그 모든 소쩍새의 울음을 잠재우고 피워낸 꽃들이기에 찬사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리 어렵게 프로 선수가 돼도 모두가 다 주목받고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건 아니다. 세상에는 그리 많은 1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도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인생이라는 게임에 등 떠밀려 뛰어든 선수들이다. 비록 지켜봐주는 사람도 없고, 승세를 뒤집을만한 뛰어난 스킬도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뛰다 보면 어쩌면 세번째 기회가 오지도 않을까? 

그런 이유에서 나는 강팀보다는 약팀을, 스타 플레이어 보다는 신예(rookie)나 이류를 응원한다. 그것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줌인(zoom in)도 없고 배경음악(BGM) 도 없는,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고 고달픈 보통사람들의 인생에서 통쾌한 역전 드라마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Nick Folse가 Tom Brady와 같은 전설의 선수가 될 수 있을지 응원하며 지켜볼 것이다. 새로운 underdog을 기다리며 말이다. / 정지월 애틀랜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