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주변에 있는 음식점들에 대한 적지 않은 변화들을 목격하게 된다. 전통적인 향토음식을 취급하는 식당들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반면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업소들이 성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주 송천동에는 오랫동안 애용했던 순대 국밥집이 있다. 쉬는 날이면 산에 갔다 와서 꼭 들르곤 하던 음식점이다.

지난해 여름 이전만 해도 손님들이 북적이던 곳인데 그 이후 파리 날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마을에서는 오랫동안 영업을 해오던 곳이었고 명성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손님이 뚝 끊긴 것 같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간혹 아침식사를 하러 다녔던 콩나물 국밥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주 시내 이곳저곳에 체인점포도 있는 곳인데 요즘에는 손님 찾기가 쉽지 않다. 가격을 올렸다든가 맛이 달라졌다든가 하는 뚜렷한 이유도 없다.

전국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고 있다는 친구들과 자주 모임을 갖는데 익산 함열 국수집을 비롯 도내 유명 음식점 등도 기대 만큼은 아니라는 촌평을 한다. 우리 국민들의 입맛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 같다.

지난주에는 교회에 갔다 오면서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육개장 집에 들렀다. 새로 지은 건물에 들어선 실내 장식도 화려한 전국 체인점 형태의 육개장 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가족 단위 손님도 있었지만 젊은 사람들이 주류는 이루는 것 같았다. 주문하고 잠간 기다리자 음식이 나왔다. 처음 대하는 것이었지만 “맛있다”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애들 엄마는 자주 들렀던 음식점이라고 했다. 원망하는 투로 이야기하자 얼마 전에 포장 판매하는 것을 사다 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고 보니 같은 음식이라도 식당에서 곧바로 먹는 것과 포장 판매하는 것은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던 것 같다.

애들 엄마는 우리 마을에는 육개장을 취급하는 다른 체인점이 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집 음식은 이 집과는 좀 다른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요즘 방영되는 모 텔레비전의 인기 프로그램에는 ‘딱 한 가지 바꿨더니 매출이 두세 배 늘었다’는 코너가 있다. 같은 식당에서 취급하는 같은 음식이라도 재료 하나만 변화를 줘도 맛이 크게 달라지며 손님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음식점들에게 공통된 점은 끊임없이 연구하여 손님들의 입맛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인 것 같다. 육수는 물론 면발도 넣는 재료나 만드는 방법을 조금만 다르게 해도 맛에 큰 차이가 나고 말이다.

전국적으로 지방마다 인기를 떨치고 있는 고유 향토음식이 적지 않다. 전주시에서는 비빔밥을 비롯해서 콩나물국밥, 한정식, 전주백반, 전주막걸리, 순대국밥 등을 전주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소개하고 관광객들에게 체험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교통통신 수단이 발달한 이후에는 서울에서 판매되는 음식이 전국에서 제일 맛있다는 이야기도 없지 않다.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음식들이 전부 서울로 올라가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음식으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변신한 서울의 음식들이 체인점 형태를 띠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인 것이다. 마치 24시간 운영되는 유통업체 편의점들이 곳곳에 들어서 골목상권마저 장악하고 있듯이 말이다.

전국적으로 도소매업과 음식점 폐업률이 가장 높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이 창업하기 가장 쉬운 음식점을 개업했다가 2-3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만다는 이야기다.

물론 소수의 살아남는 음식점들은 우리 동네 육개장 집처럼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비법도 갖추고 있을 것 아닐까 싶고 말이다. 음식처럼 사람들의 입소문에 민감한 것도 없을 것 같다.

전통음식이나 향토음식점도 변화나 혁신이 필요한 때 아닐까 싶다. 식재료나 만드는 방법 하나만 바꾸어도 손님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기존 방식만 고수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