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주에서는 기쁜 소식과 나쁜 소식이 동시에 전해졌다. 하나는 올해에도 얼굴 없는 기부천사가 다녀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 애타게 찾던 고준희 양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얼굴 없는 기부천사 이야기는 연말이 되면 전국적인 뉴스가 된지 오래다. 과연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날까 하고 말이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얼굴 없는 기부천사 미담은 올해로 열여덟 번째라고 한다. 그동안 기부한 금액이 모두 5억5천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다.

익명의 기부자는 매년 전주 노동송 주민센터에 돈을 놓은 장소를 알려주고 있다는데 이제 언론이나 주민들의 눈을 피하는 일도 쉽지 않을 듯싶다. 거금을 기부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아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훈훈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다섯 살 고준희양 이야기는 시민들에게 분노로 다가왔다. 그동안 무사하기만 바랐던 준희양이 그의 가족들의 범죄행위에 의해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는 것이다.

고양의 아버지는 집에서 준희양이 음식을 먹다 기도가 막혀 죽어있는 것을 군산지역 야산으로 옮겨 묻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준희양이 가족들에 의해 학대 또는 방임으로 숨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한다.

고양의 가족들은 8개월 동안이나 준희양이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행동했다는 것 아닌가. 이런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흥분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2017년, 우리 사회는 이념 집단간, 또는 계층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한해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내세워 무엇이 옳은 것인지 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가치관의 혼돈마저 초래한 느낌도 없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인터넷에서 주고받는 댓글인데 너무 극단적이고 자극적이 돼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문인 것이다.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가상세계에서의 공방이다 보니 악마의 그림자마저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발생한 충북 제천의 화재참사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 그 자체로 충격이 아닐 수 없게 한다. 희생자 가족들이 소방관들의 늑장 구조를 비난하는 주장에 ‘정부 보상금 타먹으려는 쇼’라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목숨을 걸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어야 했다는 소방관들의 자책에는 ‘한명이라도 죽었으면 지금같이 시끄럽진 않았겠지’하고 막말을 퍼붓는다.

예수님은 “씻지 않은 손으로 먹는 음식이 더러운 것이 아니고 입에서 나온 말이 더러운 것이다. 선한 말은 그 쌓은 선한 것에서 나오고 악한 말은 악한 것에서 나온다”고 했는데 말이다.

2018년, 올해는 무술(戊戌)년 황금 개의 해라고 한다. 무(戊)자가 붉은 색을 상징, 부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별다른 의미는 없다 한다.

개는 포유류 중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 거의 전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약 400여 품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개는 훈련에 의해 사냥개, 군견, 마약 탐지견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애완견으로서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근래 들어 개에 물리는 사고도 적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되곤 한다. 시골에서 집 지키는 맹견(猛犬)이 목줄을 끊고 지나가는 행인을 물었다거나 연예인이 기르는 애견(愛犬)이 인근 주민을 물어 숨졌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반려견이나 인터넷과 같은 문명의 이기나 그리고 소중한 가정생활, 모두 사람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천사의 얼굴을 하고 다가오기도 하고 악마로 둔갑하는 것 아닐까 싶다.

올해에는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경제적으로는 명실상부하게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은 천사와 악마의 중간자’라고 갈파했다. 모든 국민이 얼굴 없는 기부천사처럼 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악마와 같은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