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익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국회의원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KTX 전북혁신도시역 신설은 비트코인과 같은 현상이며, 투기세력을 몰고 올 수 있고 현실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들고 “정치적 운명을 걸고서라도 KTX혁신역 신설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그리고 도내 일부 언론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칭 KTX 호남선 전북혁신역 신설을 놓고 지역간 첨예한 갈등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달했다. KTX역이 없는 김제, 완주 지역에서는 전북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KTX 혁신역 신설을 찬성하는 반면 호남선과 전라선 KTX가 정차하는 익산지역에서는 KTX역이 시내버스 정류장이냐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KTX 전북정차역 논란은 2006년, 제 4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음 일었다. 당시 정부는 호남선 KTX 경유지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었다.

당시 전북정차역 후보지로는 현재의 익산역과 춘포역, 그리고 김제 백구역 세 곳이 거론됐다. 익산역과 백구역은 현재의 호남선 고속철도 노선 상에서 논의된 것이며, 춘포역은 선로 자체를 논산에서 금마, 대장촌, 김제로 변경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었다.

도민 여론조사에서는 김제 백구역이 가장 선호도가 높았다. 전주와 군산에서 간선도로를 이용, 접근성이 양호한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춘포역은 전주에서 거리가 가까워 전주시민들은 찬성했지만 군산시민들은 반대 입장을 취했다.

지역간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자 도지사 선거 입지자들은 모두 굳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잘못 하다가는 군산과 익산지역 유권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 KTX 정차역 논란이 또다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전북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의 KTX 이용 필요성과 새만금 내부개발에 근거를 두고 혁신역을 신설하자는 주장이다.

전북혁신도시의 국민연금공단 금융타운 조성을 위한 교통로 확보와 새만금 사회간접자본 시설과의 종합적 시너지 효과 유발, 그리고 역세권 개발을 통한 지역발전 도모 등이 그 이유가 되고 있다.

물론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혁신역은 익산역에서 불과 13.8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막대한 사업비도 문제다. 특히 지역간 이해관계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당장 익산지역의 협조가 없으면 혁신역 신설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리고 이번에도 도지사선거 출마 예상자들은 KTX혁신역 신설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지 않다는 전언이다. 전북도도 혁신역 신설에 대해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혁신역 신설 주장이 표 계산에 있어 그만큼 불리하다는 반증 아닐까 싶다.

그러나 KTX 혁신역 신설 주장은 혁신도시의 기능성이 높아지고 새만금 개발이 가속화될수록 계속해서 힘을 더 얻게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06년, 처음 전북정차역 논쟁이 있었을 때 전북 정치인들, 특히 도지사 선거 입지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전북 전체의 이익을 위해 도민들을 설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해지는 것이다.

만약 KTX 호남선 전북정차역이 김제 백구지역에 들어섰다고 한다면 오늘과 같은 혁신역 신설 주장이 제기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인 것이다. 그리고 당시 백구역 대안으로 현재의 익산역을 목천포 부근으로 이전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었는데 그 방안이라도 성사됐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익산 도심까지 들어갈 필요 없이 널따란 주차공간이 확보된 익산역, 생각만 해도 근사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익산역 자리가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했던 익산지역 정치인들과 주민들에게도 지금의 혁신역 신설론에 대한 책임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던 당시 도지사 선거 입지자들에게도 책임이 적지 않은 것 같고 말이다.

KTX혁신역, 전북 전체의 이익 차원에서 바라볼 줄 아는 도민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 아닐까 싶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