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온종일 스마트폰으로 가상화폐 시세차트만 들여다보는 이른바 ‘가상화폐 좀비족’이 늘고 있다 한다.

시세차트를 보느라 일상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심한 경우 밤잠까지 설친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가상화폐는 증권시장과 달리 24시간 거래된다. 국내 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가히 ‘광풍’(狂風)에 가깝다는 평가다.

정부가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규제에 나서면서 한때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했지만 ‘좀비족’들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가상화폐 투자의 사행성이 지나쳐 도박에 가깝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좀비[zombie]라는 용어는 원래 서아프리카 어느 족속이 신봉하는 뱀신인데, 보통 ‘산송장’이나 ‘주체성을 지니지 못한 채 로봇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기업에서는 좀비 개념을 받아들여 ‘자기 자신이 비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주변의 동료나 부하·상사까지도 피해를 입게 하여 마침내는 기업을 넘어뜨리게 하는 구성원을 좀비족’이라 부른다.

‘좀비 PC’라는 말도 있다. ‘봇(Bot)’이라 불리는 해킹 프로그램에 감염돼 사용자 이외의 다른 사람에 의해 원격 조종되는 컴퓨터를 말한다. 한국은 좀비 PC가 많은 나라로 손꼽힌다.

최근 들어 우리 공직 사회에도 좀비족이 적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 온 공직 세계의 문제점들이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촛불정권이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년 반 전에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나 2015년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했던 낚싯배 돌고래호 사고 당시 보여줬던 해양경찰의 초동대응 미숙에 늑장출동, 그리고 허술한 구조 등이 이번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그것도 문재인대통령이 그동안 해양경찰의 날 등을 통해 해경의 중요성을 수차 강조했음에도 말이다.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자조 섞인 소리가 나돌 정도가 됐다.

얼마 전 박근혜 정부 당시, 해양수산부 직원들이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난주, 아주 기가 막힌 일이 발생했다. 청소년, 주부들까지 가세한 가상화폐 투기 광풍을 잡겠다고 관계 부처가 나서 정부 대책을 마련했는데 공식 발표가 되기도 전에 정부 문건 초안이 인터넷에 유출돼 파문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엄명으로 정부에서 진상을 조사해 본 결과, 관련 부서들이 초안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관세청 사무관이 초안을 SNS 단체 대화방에 올렸는데 초안을 접한 한 민간인이 이 내용을 인터넷에 퍼 날랐다는 것 아닌가.

공무원 업무규정상 정부 문건을 SNS를 이용, 주고받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다른 공문들도 그랬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인 것이다.

이런 좀비 행태는 공직사회에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지난주에는 13개월을 끌어왔던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결심공판이 있었다. 검찰의 25년과 벌금 1185억원 구형에 국민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최씨의 최후 진술에는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씨는 그동안 숱한 증거와 증언을 통해 범죄행위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인데도 전부 부인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만약 최씨가 지금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도 비상식이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오리발을 내민 것이라면 구제조차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상류층이나 지도층 인사일수록 이런 의식이 더욱 강할 것 같은 탄식도 없지 않고 말이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없이는 미래의 희망도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선진국 국민이라고 하는데 돌아가는 나라꼴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백년하청(百年河淸) 좀비 공직세계라도 바로 잡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볼 뿐이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