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김길중의 자전거로드
12 ‘자전거면 충분하다’ <김길중의 자전거로드>
김길중 편집위원  |  jbpost2014@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11.13  13:27:52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찰나에만 담아볼 수 있는 일상 속의 아름다운 순간. 느릴수록 잘 담아지는 게 있다. 자동차로 움직이면 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감흥도 날아간다. 자전거가 아니면 담아낼 수 없는 게 있고, 걷지 않고서는 담아낼 수 없는 여유도 있다. 사진은 아파트 건물사이로 비춘 햇빛이 만들어낸 은행잎의 빛남을 순간적으로 담아둔 것이다. 햇볕을 머금지 못해 어두운 히말리야시다와 대비되어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


'너무 힘들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여유를 즐기며 나선 나의 이틀.

자전거를 애호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자부심이 담긴 단호한 표현이 있다. 바로 “자전거면 충분하다!”라는 한마디다. 도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자전거로 충분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자도 이런 표현을 종종 쓰는데 아래에 이틀간의 일상을 담아보려 글을 쓰게 되었다. 주말 당직 후, 휴일과 남은 연차를 소비하려 지난주 일요일부터 3일간 쉰 적 있고, 그중 이틀에 해당한다.

일요일 일정은 오후부터 잡혀 있었다. 2시에 고산에서의 약속이 첫 번째 일정이었다. 12시 40분에 출발하여 전주천, 추천, 만경강, 고산천 자전거 길을 통해 고산까지 1시간 남짓 걸렸다. 움직인 거리는 27km가량이었고 약속 시간에 10여 분 앞서 도착했다. 평상이 있는 아담한 전원주택, 신발도 벗지 않은 상태로 평상 위에 앉아 오미자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육아 휴직 중인 아빠와의 대화는 두 아이로 인해 자주 끊긴다. 그래도 할 이야기는 다 나누고서 3시 10분쯤에 나선다.

 

고산 읍내(시내라고 해야 하나 면소재지라고 해야 하나?)로 2km가량 이동한다. 지인이 운영하는 동네 사람들의 쉼터 ‘네발요정’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 대접받고 나선다. 이 약속도 원래 잡힌 게 아니라 이동 중에 잡힌 것이다. ‘고산에 오시면 ’네발요정‘에 들르시라고, 커피 한잔 대접한다’고 해서 들른 것이다.

   

봉동읍 당산나무 아래의 벤치 기사 중 등장하는 봉동읍 소재지 수백 년 당산나무 그늘 아래의 벤치다. 자전거를 타러 나온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로 그 앞에 고산천이 흐른다.

7시에 있는 전주에서의 약속을 위해 다시 출발이다. 출발한 시각은 3시 40분쯤. 서두를 필요는 없다. 퇴근 시간의 러시아워를 걱정할 것 없고, 그저 이동해야 할 거리와 내가 굴려야 할 페달질 수를 가늠해 보면 도착 시간이 나오기 때문이다. 달리다가 풍경이 기막힌 곳에서는 내려서 사진을 찍는다. 잠깐의 쉼 동안 페이스북에 포스팅도 하고 단체 카톡방에도 올린다. 달리는 건 나인데 여러 사람이 같이 달리는 느낌이 든다. “경치가 좋다, 거기가 어디냐”, “아까 나도 거기 지나왔는데…”와 같은 댓글을 통해 나와 엮이고, 친구와 친구가 서로 엮이기도 한다. 이렇게 댓글과 톡을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함께 움직이는 느낌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건 자전거를 통한 이동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두런거림과 댓글놀이까지 여유롭게 소화해 내고 전주에 도착해 간다.

 

송천동 초입에서 앞서 달리던 라이더의 익숙한 복장이 보인다. 곁을 스치며 훔쳐보니 알 만한 동호회원이었다. 속도를 죽여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은 어딜 다녀오는지… 요사이도 열심히 타는지…”와 같은 대화다. 그렇게 1km쯤 나란히 달린다. 계속 나란히 달릴 수가 없어서,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달려 나갈 테니 천천히 오시라”는 작별의 인사를 남기고 속도를 다시 낸다. 나중에 보니 나를 앞세워 속도를 내며 열심히 따라온 모양이다. 자전거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는 길이라 마음껏 속도를 내는 건 아니다.

 

5시 조금 못 되어 집에 도착했다. 샤워를 하고 아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다시 약속 장소로 이동한다. 이번에는 1km가량이고 도보를 통한 이동이었다. 오후부터 세 개의 약속에 이동한 거리는 대략 60km가량. 여섯 명과의 조우를 만들어낸 나의 일요일. 자전거로 충분했다. 자동차로 이동했을 경우와 소요 시간 차이? 별로 없다. 정말이다. 시내 구간이 아닌 시외 구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러시아워 시간이 겹친다면 오히려 자전거가 더 빨리 도착한다.

   

자전거로 이동한 60km 일정 전주천, 추천, 만경강, 고산천을 통해 고산에 다녀온 경로를 담아보았다. 여기에 걸어서 이동한 거리까지 모두 60km가량을 움직인 일정이었다.

월요일에도 그랬다. 미리 잡아둔 약속이 아니었다. 아침에 통화로 약속을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시가지에서의 12시 점심 약속을 위해 11시에 나섰다. 집에서 5분이면 갈 수 있지만 산책 삼아 가볍게 달리고 나서 점심을 먹을 요량이었다.

지인을 만나 육개장 한 그릇 나눠 먹고 차를 마신 후 지인을 보내고 식당 주인이자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몸이 불편에 근처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몇 마디를 나누고도 현재 후배의 생각이나 삶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밀도 있는 대화를 쿨하게 나눴다. 반가움을 남기고 ‘또 보자’는 말을 건네고 시내로 향했다.

 

삼천, 전주천, 공구거리를 달려 시청 8층에 있는 지속가능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자전거인의 밤‘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것으로 3시 약속이었다. 2시 20분이 못 되어 도착해 사무실 식구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나머지 일행의 도착을 기다렸다. 약속 장소가 엇갈려 3시 반에나 멤버가 다 모였다. 4시까지 짧고 굵게 회의를 마쳤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치과 진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집에 두고 샤워하고 가야 해서 서둘렀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마치고 1km가량 이동했다. 예약 시간이 3분 남아 있는 4시 57분에 치과에 도착했다. 대여섯 차례 이어온 치료에 익숙해졌는지 수월하게 치료를 마쳤다. 진료비를 결제하는데 주차권은 필요 없느냐고 데스크 여직원이 물었다. 나는 “차 안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나름의 의미심장한 마음(눈에 힘 좀 주었을까? ㅎ)을 미소에 담아 인사를 남기고 병원을 나왔다.

 

월요일의 이동 거리는 걷기를 포함해서 대략 22km가량이다. 택시로 이동했다면 대략 15,000원가량, 차로 이동했다면 기름 값이 대략 3~4천 원어치 정도는 썼을 것 같다. 나의 이동에 든 비용은 0원. 나의 자전거 실력이 탁월해서는 아니다. 자전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이런 정도의 일정을 누구나 소화해 낼 수 있다. 더구나 이 일정은 거리가 상당히 되는 이동이었음에도 여유롭고 늦지 않게 움직였다. 이틀간 일곱 개의 일정, 그리고 20여 명을 만나기 위해 이동한 82km가량의 일정이다. 자전거로 충분하다는 자부심과 그 안에 담긴 여유와 건강함이 읽힐 만한 나의 이틀이었으리라 자부하며 글을 마친다. / 김길중 편집위원

   

당산나무 아래 길숙양 기사 중 등장하는 봉동읍 소재지 수백 년 당산나무 그늘 아래의 벤치다. 자전거를 타러 나온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로 그 앞에 고산천이 흐른다.

김길중 편집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60-022)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성당길 13. 호운빌딩 3층  |  대표전화 : 063)231-6502  |  등록번호 : 전라북도 아 00076  |  발행인·편집인 : 강찬구
등록 및 발행일 : 2014년 8월 7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현영
Copyright © 2017 전북포스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