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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르하통하에서 버들꽃아씨를 그리다. <강주영의 '만주항일답사'>
강주영 편집위원  |  jbpost20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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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2  22: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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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지 않는 세상은 적막하다. 적막한 날들은 무료해서 버겁다. 이제 날들이 옅어진다. 옅어서 도대체 꿈을 꾸기나 한 것인지….

삶의 날들은 어제나 오늘이나 같아서 지겹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일 뿐이다. 꿈은 늙고 지쳤다. 사랑도 끊겼다. 버려지고 무료한 날들일지라도 나는 끼니를 먹었다. 버릇처럼 목숨도 살아진다. 그 날들을 깨고 버들꽃아씨와 삼족오의 사내들을 찾아 북방으로 왔다. 

"매운 계절의 째찍에 갈겨 /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이육사의 '절정')" 왔다.
전라도 가시내들아! 나 오늘 북방의 사내로 버들꽃아씨를 찾아
“두어 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 아닌 봄을 불러줄께(이용악의 '전라도 가시내')” 단풍잎처럼 고와서 그리운 전라도 가시내들아.

 

   
부르하통하가 두만강과 만나는 두물머리.

연길 공항에 내리니 바람은 맵고 거셌다. 평원 지대에 산들은 저 멀리 희미했다. 여기저기 타워크레인이 움직였다. 개발이 한참이다. 연길 조선족 사회는 인구 56만명이다. 오래된 시가지는 한 눈에 보아도 없다.

아파트 도시이다. 한국에서 연길을 상상할 때는 근대거리를 연상하기도 했으나 완전히 현대화된 도시이다. 안내원에게 전주의 한옥마을 같은 곳이 있냐고 물으니 없다고 한다. 

연길시 한 가운데를 '부르하통하'가 흐른다. '버드나무 우거진 강'이란 뜻의 만주어이다. 개발되기 전에는 버드나무가 우거졌다고 한다. 버드나무는 만주와 고구려의 신목(神木)이었음을 부르하통하에서 엿보았다.

 

   
부르하통하의 버드나무.

버드나무는 곧 버들꽃아씨이니 바로 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柳花夫人)이다. 버드나무는 지금도 몽골에서는 샤먼의 나무라고 부른다 한다. 버드나무는 관세음 보살의 자비를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만주족이나 고구려인들이 다 같이 버드나무를 신목으로 하였다.  

부르하통하는 동으로 흘러 해란강과 합수하여 새로운 이름을 얻으니 곧 눈물 젖은 두만강이다. 버들꽃아씨는 강의 신 하백의 딸이다. 천손 해모수와 사이에서 주몽을 낳았다. 강의 신 혹은 물의 신의 딸이니 이는 곧 농경세력을 뜻한다.

해모수는 북방 기마 유목부족이다. 북방 기마 유목부족과 정착 농경부족이 연합한 것이다. 신화에서 해모수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곧 두 세력의 연합과 다툼에서 마지막으로 유화부인의 세력이 승리했다고 볼 수 있겠다.

 

   
국경도시 도문시를 지나는 부르하통하.

또한 유화의 입술이 길어 말을 잘 못했다 한다. 이는 버들꽃아씨가 하늘의 여자, 즉 무녀(巫女)임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입술이 긴 것은 새를 뜻한다. 새는 하늘의 말을 전하는 전달자로 솟대 위에 놓여진 상징물이기도 하다. 

버들꽃아씨는 다시 부여왕 금와에게 쇠그물로 사로잡힌다. 이는 곧 철기세력인 부여세력에게 버들꽃아씨 세력이 지배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주몽이 성장하여 부여를 벗어나니 곧 고구려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다른 방향에서 바라 본 부르하통하.

고구려와 발해는 말갈, 만주족 등의 역사이기도 하다. 버들꽃아씨는 북방족인 숙신, 동이, 말갈, 만주, 여진, 배달, 밝달족들의 어머니이다. 안내원은 이 부족들은 모두 한뿌리임을 강조한다. 그 견해에는 공감하였으나, 수천년을 두고 이미 서로 다른 국가와 언어로 갈라졌으니 '민족'이란 역사, 문화, 정치, 사회의식의 산물일 뿐이다. 그 어떤 객관적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연길에서 우리는 우리 역사에서 잊혀진 날들을 만났다. 만주 또는 간도는 독립운동의 무대로만 기억되었을 뿐이니 생각이 가난하였다.  원래 조선의 영역인 간도를 일본이 1909년 청에게 넘겼고 후에 만주괴뢰국을 세웠다가 중국공산혁명 후 중화인민공화국에 완전히 합병되고야 말았다. 국가의 영토란 그때 그때 달라지니 수긍하여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간도는 여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중국의 식민지가 된 빼앗긴 땅이다. 

 

   
부르하통하. 

그렇다면 대한민국헌법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가  아닌 한반도와 간도로 바꿔야 한다. 나는 국수적 민족주의자는 아니어서 간도회복론을 주장하지는 않지만 부르하통하에 서니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한민주공화국 이렇게 세 강역으로 한민족이 갈라져 있으니 오늘날이야말로 신삼국시대이다. 

연길 부르하통하에서 강목수는 새봄의 버들꽃아씨들을 그린다. 오래 묵은 버드나무를 깎고 다듬어 새집을 지을 꿈을 꾸어본다. / 강주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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