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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군산 개정에 있는 처갓집 묘소 벌초를 했다.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자연묘소를 정리해서 납골당 식으로 꾸민 가족묘원이다.
처남들이 모두 죽어서 사위들이 돌아가면서 벌초를 한다. 주인이 없는 탓인지 갈수록 잡초가 무성해지는 것 같다. 대나무도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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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
벌초를 마치고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는 길 곳곳에 밤이 떨어져 있었다. 엄지 손톱보다 조금 큰 전통 알밤이다. 벌초하느라 너무 힘이 빠진 탓인지 줍고 싶은 마음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무지 큰 밤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발로 비벼 알맹이를 꺼냈다. 비슷한 밤나무들인 것 같은데 왜 그리 알맹이는 차이가 클까 고개를 갸우뚱했다.
밤 하면 오래 전 남원 아영에 있는 연비산 등산 때 이야기를 잊지 못한다. 등산대원 5-6명이 남원과 경남 함양의 경계에 있는 팔령재에서 도 경계를 따라 하얀 암봉이 멋드러진 상산을 거쳐 연비산에 오른 적이 있는데 하산길에 밤 노다지를 만난 것이다.
연비산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때문인지 등산로도 분명하지 않았다. 가까운 마을을 향해 내려오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서 갓난애 주먹 만한 크기의 개량종 밤 천지를 만난 것이다.
우리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주저앉아 밤을 줍기 시작했다. 한참을 신나게 줍고 나서 마을에 대기하고 있던 자동차를 타고 집에 왔는데 맛있는 밤을 며칠은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주인 있는 밤나무 밭에 잘못 들어가 한탕(?) 벌린 것 아닌가 싶다. 밖에 나가 생활하면서 며칠에 한번씩 와서 밤 수확을 하는 그런 밤 농가 말이다.
몇일 전에는 진안 정천에 있는 옥녀봉에 오른 적이 있다. 옥녀폭포 진입로가 있는 곳에 차를 세워놓고 올라가는데 주변에 대여섯 대의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우뚝 선 산 곳곳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등산하는 사람들이 좀 있구나 싶어 반가운 마음에 옥녀폭포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옥녀폭포 이후 등산로는 찾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였다. 희미한 발길을 쫒아 한참 올라가니 능선길이 나타났다.
능선길을 조금 올라가다 40대로 보이는 두 사람을 만났다. 등산객인 것 같아 반가웠다. 그런데 그들의 말을 듣자하니 버섯이나 약초를 캐는 사람들이었다. 산 아래쪽엔 사유지라며 입산하지 말라는 경고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는데...
옥녀봉으로 연결되는 주능선에서는 외발 쇠스랑 같은 연장을 가진 60대도 만났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행색이 전문적인 약초꾼 같았다.
옥녀봉 정상을 확인하고 하산길에 보니 옥녀봉은 높이가 735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 산세가 보통 험한 것이 아니었다. 깎아지른 절벽에다가 급경사로 바위나 돌이 쏟아져 내린 곳이 많았다. 사람들의 접근이 어렵다 보니 약초꾼이나 산채꾼들의 세상이 된 것 아닐까 싶었다.
여름철에 완주관내 계곡을 둘러봤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최상류는 대부분 통제되고 있었다. 차량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개설된 임도도 봉쇄된 곳이 많았다. 아마 숱한 방문객들에게 시달린 끝에 내려진 조치 아닐까 생각됐다.
물론 살벌한 어투로 접근을 경고하는 문구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고가의 작물을 재배하는 사유지라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의 보존 가치를 지역주민들도 이제 깨닫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 싶었다. 그만큼 산의 가치가 지금 시민들에게 인정되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고 말이다.
요즘은 귀산(歸山)이 대세라고 한다. 은퇴 후에 산촌에 들어가서 산림을 경영하는 귀산의 시대가 됐다는 이야기다. 산에 산양삼 등을 재배하거나 나무를 심어 수익을 올리는 일에 관심을 갖는 도시민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귀농이나 귀촌 못지않게 귀산에도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마 귀산에는 투자규모도 더욱 크고 수익을 내는 기간이 아주 길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아닐까 싶다.
심심풀이로 남의 산에 들어가 도토리나 줍고 버섯이나 따고 하는 정도의 낭만으로 도전할 일은 결코 아닌 것 같고 말이다. / 박장우 주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