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안철수를 지지한다. ‘쟤는 싫고 얘는 좋다“는 식이 이분법적 지지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 별개로 그를 신뢰하고 응원한다는 의미다. 정치인 안철수로는 아직 미숙한 점도 있지만 그런 순진함이 오히려 신뢰가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은 ’계산적인 사람‘과 동의어 아닌가...

나는 지금도 그의 순수성을 믿는다. 무슨 일에 도전할 때마다 정말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인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인지, 실제로 일을 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인지를 생각한다는 초심. 정치판에 뛰어 들었던 의도의 순수성이 유지되고, 앞으로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안철수 전대표의 3일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

국민의당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3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패배 이후 사실상 정치 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칩거하는 동안 처절한 자기 성찰을 했을 것이다. 자신을 등에 업고 정치적 입지를 차지한 이들마저 등을 돌리는 현실을 보면서 많은 상처도 입었을 것이다. 그런 각고 끝의 결정이어서 그만큼 무게도 크다.

안철수는 정치판에서 수동적으로 휩쓸려온 측면이 강하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의 손짓을 받았고, 국민적 지지기반이 있다는 것만으로 대통령 후보로 내몰렸다. 기존 정치 세력들의 정략적 제물이 됐다. 그러나 이번 선택은 자신의 능동적, 적극적 의지가 반영됐다. 그의 정치 역정의 2라운드가 될 것이다.

그는 이날 당대표 출마 선언을 통해 ”지금 국민의당은 몹시 어렵다. 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이 예전 같지 않다. 당 자체가 사라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절망과 체념이 당을 휩싸고 있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출마 배경으로 “결코 내가 살고자 함이 아니다. 우선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고 ‘선당후사(先黨後私)’를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대선 이후 급격히 무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울타리로 인식되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존재감이 더욱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대선 토론 증거물 조작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국민의당 지도부의 태도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위기 상황에서 안철수를 희생양 삼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증거를 조작한 당사자가 안철수 라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도부의 연이은 ‘헛발질’로 자꾸만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주었다. 결국 회생 불능상태로까지 가라앉았다.

안철수는 이날 “원내 제3정당이 무너지는 것은 당원만의 아픔이 아니다. 국민의 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가 빠르게 부활할 것이다. 국민은 포퓰리즘의 대상이 되고 정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당을 살리기 위한 결단, 그리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강조한 것이다. 맞는 분석이고 판단이다.

안철수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

안철수의 복귀가 국민의당을 살리는 ‘명약’이 될 것이라고 본다. 국민의당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가 중심이다. 그가 아니었으면 어느 누가 민주당을 튀어나와 민주당과 맞장뜰 결심을 했겠는가...? 그가 없었어도 지난해 총선에서 호남을 싹쓸이하는 성과를 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가 핵심이다.

나는 국민의당이 존속되길 바란다. 우리 정치의 한 축으로 굳건하길 빈다. 내가 호남인으로서 후보 선택권을 제대로 행사한 것은 지난해 총선이 거의 유일하다. 현실적으로 맨날 민주당만 찍었던 처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가운데 선택권을 가지게 됐다. 선택권이 주어지니 후보도 쳐다보게 된다. 나는 이 현실적 권리를 놓치고 싶지 않다.

국민의당이 비록 상처를 입긴 했지만 회생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가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당의 노력이 지방선거를 통해 나타나고, 그 이후에 당의 존폐가 저절로 판가름 날 것이다. 모처럼 얻은 선택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유권자가 적지 않으며, 이런 유권자의 뜻을 헤아리는 정당이 필요하다. 또 일당 체제에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상실한 지방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음을 상기해야 한다.

안철수를 배제한 국민의당이 온전히 굴러갈 수 있을까...?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말이 없다고 속까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안철수를 여전히 믿고, 지지하는 말없는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을 아직까지는 받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야 정치다. 

아직도 국민의당 지도부는 안철수 없이도 당이 자립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설마... 설마... / 강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