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오늘은 69번째 맞는 제헌절이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여 제정한 국경일이다.

매년 제헌절이 되면 정치권은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곤 했었다. 1987년에 제정된 현행 헌법이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다며 이젠 고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상 그때 뿐 이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모두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개헌 문제를 이용한 면도 없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개헌을 가장 처음 들고 나온 사람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의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그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한나라당 지지도를 꺾기 위한 노림수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이야기됐었다. 당연히 야당에선 강력히 반대했고, 당시 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과 박근혜가 차기 정권에서 개헌하는 것으로 약속하면서 일단락됐었다.

그러나 차기 정권을 잡은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권에서도 개헌은 금기사항 중 하나였다. 가끔 일부 여당 의원들이 개헌을 들고 나서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수그러들고 말았다. 최고 권력자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개헌이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불쑥 들고 나섰지만 계속되는 권력비리 의혹으로 힘을 잃고 말았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개헌론은 조금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지난해 여소야대 국회가 등장하면서 개헌론이 자연스럽게 다시 등장했고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 등을 거치면서 국회에 개헌특위도 개설됐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을 놓고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대국민 약속도 했다.

이번 헌법 개정안에는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돼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각계각층의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 형태는 정당별, 정파간 이해가 엇갈려 타결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정부 형태로는 대통령중임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 크게 세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를 조율하는 문제도 난제 중 난제로 불린다. 한때 김종인 더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이 몇 개 정당을 아우르는 공동정부론을 내세우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안을 주장하기도 했었다. 안철수 대선후보는 대선 막판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안을 받아들이기도 했었다.

가장 유력했던 문재인후보에게도 자유한국당 등 다른 정당에서 임기 3년 단축에다 차차기 4년짜리 대통령선거까지 도전할 수 있는 개정안을 제시했지만 문후보가 거부한 바 있다.

만약 지금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기 단축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 개정안을 제시하면 받아들일 리 만무할 것 같다. 그렇다고 대선 전에 논의된 것처럼 문대통령에게 현직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이는 대신, 차기 4년짜리 대통령선거에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현행 헌법의 부칙 규정은 현직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다음 대통령선거에 나설 수 없는 것으로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헌법 개정에서 가장 난제로 꼽히는 새로운 정부형태 적용시기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절충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다음 대통령 임기 시작 때부터 새로운 정부형태를 시행하든지, 아니면 다음 총선 이후 곧바로 새로운 정부형태를 적용하되 현직 대통령 임기 마감 때까지는 새로운 헌법에 맞춰 대통령 권한을 차차 줄여나가는 식으로 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대선과 총선 주기 맞추는 문제는 차차기 선거 등으로 여유있게 잡고 대통령, 국회의원 양쪽에서 서로 임기를 단축하는 방안을 찾는다면 더욱 좋을 듯도 싶다. 지금 당장 권력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하다가 헌법 개정 자체가 물거품이 되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헌법 개정, 이번에는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이란 불명예를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