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대표와 국민의당 사이의 기 싸움이 볼만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후보 아들 문준용씨 취업 특혜의혹 공방을 벌일 당시, 국민의당에서 제보조작을 했다는 사건을 놓고 벌인 신경전이었다.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은 현재 검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데 국민의당에서는 자체 조사를 통해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의 단독범행이라고 일찌감치 결론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더민주당 추대표는 ‘머리자르기’니 ‘미필적 고의’니 하고 공격했다. 

박장우 전북포스트 주필

이에 국민의당도 즉각 반발하며 ‘추대표의 사과, 대표직 사퇴, 정계은퇴’를 요구하며 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리고 검찰에서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허위사실 공표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정부여당과 협치 마저 접고 말았다. 이같이 국민의당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당 지지도가 4%로 떨어졌다. 호남지지율이 6%이고 서울지역은 2%다. 민주당 50%는 물론이고 자유한국당 10%, 바른정당 8%, 정의당 6%에도 뒤지는 수치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 국민지지도가 5%로 떨어지면서 탄핵당했고 구속되는 신세까지 몰렸다. 정치인이나 정당 모두 국민의 지지를 먹고 사는 존재다. 국민의당이 노심초사 할 것은 불문가지일 듯싶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국민의당 입지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떤 지방의원은 탈당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상태로는 국민의당 간판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 아닐까 싶다.

전주시내 일부 국민의당 소속 지방의원도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 지역구 곳곳에 지역현안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는데 정당 명칭이나 로고는 표기하지 않고 녹색바탕에 자기 이름만 적었다.

국민의당은 문재인에 반대했던 호남지역의 반문정서를 바탕으로 해서 창당된 정당이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는 호남지역 28개 선거구 중에서 23개 의석을 석권하는 대승을 거둔 바 있다.

그런데 총선이 끝난 뒤 1년여 만에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후보가 호남지역 60% 이상의 득표율을 거둔 가운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민의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만 것 같다. 게다가 대선이후 국민의당이 문재인대통령이나 더민주당과 각을 세우면 세울수록 지지율은 더욱 곤두박질치고 말이다.

문제는 국민의당이 처한 난처한 입장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과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 여야 관계에 있다.

지역정서상 문재인 정부에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렇게 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더민주당 2중대라고 손가락질 한다. 반대로 야권 공조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면 호남에선 자유한국당 2중대라고 비난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인 셈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더민주당만 방문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찾지 않았다고 한다. 조만간 없어질 정당이라며 무시하는 전략이란다.

우상호 더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최근 국민의당 제보 조작사건이 마무리되면 양당 간 연대나 합당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바 있다. 정당 간, 또는 정파 간 이합집산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듯도 싶은 것이다.

국민의당 내부적으로는 이번 제보 조작사건과 별도로 “당이 확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당은 8월 하순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인데 사람 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안철수당 이미지를 벗어나자, 호남당을 탈피하자’는 이야기도 주고받는 것으로 들린다. 호남당에 중도보수라는 어정쩡한 그림으로는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인식 아닐까 싶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 국민의당 안철수후보를 얼치기 강남좌파라고 폄하했었다. 그만큼 정치인으로서 색깔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야기이고 말이다.

국민의당은 국민들에게 보다 분명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