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관계라는 선물 : 팜파스그래스 ‘써닝데일 실버’와 호피무늬억새 그것들은 수렁보다 더 험한 데서 온 것 같았다. 윗동강은 싹둑 쳐내고 뿌리만 남은 채 비닐에 돌돌 감겨 있었다. 두덩이 씩이나 마당에 던져 놓고 그들이 총총 가고 나자 내 입에서는

JB포스트   2024-09-11

9. 그녀의 넉넉한 인심2 - 버들마편초 올 여름 무지막지하게 덥다. 습도도 장난이 아니다. 불볕인데 끈적끈적, 가끔 들이닥치는 장대비는 매서웠다. 별의별 불길한 징조의 말들이 떠돈다. 동남아 기후로 변화하고 있다. 지진 안전지대도 아니다. 온난화 때

JB포스트   2024-08-28

8. 그녀의 넉넉한 인심1 - 해바라기 오해하지 마시라. 우리 집 마당에 땅꼬마만 있는 게 아니다. 현재까지 선두주자 화초로는 단연코 해바라기를 따라올 자가 없다. 단기간에 내 키를 따라잡았다. 키뿐만이 아니다. 내 얼굴만큼 넙적한 이파리와 주렁주렁

JB포스트   2024-08-14

7. 백일홍 –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화무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며 바쁘게 돌아치던 내 어머니가 가끔 흥얼거렸던 노래 가사다.

JB포스트   2024-08-01

6. 쓰잘데기 없는(?) 풀, 잡초 앞마당의 절반에는 잔디를 깔고 나머지는 맨땅으로 놔뒀다. 그렇게 한 이유는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이것저것 심고 가꾸어보고 싶어서였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땅이 거무죽죽한 흙이 아니라 누르팅팅한 마사토가 대

JB포스트   2024-07-17

5. 깻잎이 될까 노심초사 – 깻잎수국집 뒤꼍이 생각보다 넓다. 땅이 길쭉해서 건축법에 맞추느라 그리 되었다. 우리는 길갓집인데도 불구하고 담장을 쌓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상록수를 빙 둘러가며 심었다. 특히 뒤꼍은 2차선 도로에다 교차로

JB포스트   2024-07-03

4. 우리 집 마당의 땅꼬마들 1 장미 네 그루 우리 집은 담장이 없기 때문에 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미를, 그중에서도 넝쿨장미는 언감생심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마침 잘 되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장미는 진딧물 등의 벌레가 많이 꼬인다고 한다. 게다

JB포스트   2024-06-19

3. 대책이 서지 않는 푸성귀 – 상추, 쑥갓, 그리고 아욱 집을 지으면서 나와 남편은 약속했었다. 꽃과 나무는 내가, 텃밭의 푸성귀를 키우는 일은 남편이 맡기로 말이다. 그래서 구획도 확실하게 했다.주차장 위쪽의 서너 평 됨직한 텃밭은 남

JB포스트   2024-06-05

2. 꽃 한 송이 피우기 고되다 – 조선작약난생 처음 나무시장이라는 곳에 가봤다. 듣도 보도 못한 묘목들과 꽃들이 즐비했다. 구경나온 사람들, 흥정하는 사람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직원들. 낯선 풍경 앞에서 쭈볏거리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JB포스트   2024-05-22

엊그제까지 현역에 있었던 것 같은데 퇴직한 지 벌써 3년차다. 달리 내세울 것이 없는 나, ‘퇴직’이라는 단어를 곧잘 써먹는 편이다. 그런 내게 가끔 주변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느냐. 묻는다. 짧게 나는 대답한다. 처음에는 깊은 우울감에, 코로나19에

JB포스트   2024-05-08